[다시 간다]33층 건물 위는 소화기뿐?…고층 사다리차 태부족

2022-04-05 1



하루가 멀다하고 초고층 건물이 들어서고 있는데, 꼭대기 층까지 소방대원이 올라갈 수 있는 장비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다시 간다, 남영주 기자가 화재 대비 실태 점검했습니다.

[리포트]
산소마스크를 쓴 소방대원이 까맣게 불탄 벽에 물을 뿌립니다.

창문 너머로 지상의 건물이 조그많게 보이는 이곳은 아파트 49층.

강원도에서 가장 높은 아파트 꼭대기층에서 인테리어 공사를 하다 불이 난 겁니다.

아파트 완공 전이라 스프링클러는 작동하지 않았고 불이 난 층에는 물도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아파트 관계자]
"(꼭대기 층에는) 물이 안 들어갔죠. 밑에는 수돗물은 나왔으니까 수돗물로 뿌리고."

결국 소방대원이 소화기를 들고 꼭대기까지 올라가느라, 완전 진화까지 1시간 반이 걸렸습니다.

[현장 출동대원]
"거기 있는 소화기하고 우리가 가지고 갔던 소화기하고 그렇게 해서 초진을 잡았던 거예요."

공사 도중 불이 났던 고층 아파트에 다시 와봤습니다.

지금은 당시 화재 흔적을 찾아볼 수 없고 공사도 끝나 주민 입주가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고층건물 화재에 대비한 소방 장비는 여전히 부족합니다.

국내에 있는 가장 긴 고가사다리 소방차는 70m급.

사다리를 최대로 뻗었을 때 아파트 23층까지 닿고, 33층까지 물을 뿌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강원도에 이 장비는 원주시에만 있습니다.

지난 2020년 울산 주상복합아파트 화재 때도 고가 사다리차가 없어 진화까지 15시간 넘게 걸렸습니다.

부산에 있는 고가 사다리차가 1시간이나 달려서 지원을 와야 했습니다.

화재 이후 울산에도 70m급 사다리차가 배치됐지만, 아직도 충북 전북 전남 경북에는 이런 사다리차가 한 대도 없습니다.

이들 지역은 연말이나 돼야 최소 1대씩이 배치될 계획입니다.

전국에 30층 이상 고층 건축물은 4700동이 넘습니다.

이 가운데 50층 이상 초고층 건물도 127동이나 됩니다.

[인세진 / 우송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70m 이상급 고가 사다리차를 구비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래야만 소방의 골든타임(5분)에 인명 구조와 화재 진압을 (할 수 있습니다.)"

30층 넘는 고층 건물이 700동이 넘는 서울도 70m급 사다리차가 있는 곳은 영등포, 중부, 송파 소방서 등 3곳 뿐입니다.

재건축, 재개발이 많아질수록 고층 건물도 함께 늘어나는 상황.

고가 사다리차조차 접근할 수 없는 초고층 건물도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국내 최고층 건물인 롯데월드타워는 123층에 이르고, 서울 강남 주상복합 아파트 타워팰리스도 69층입니다.

화재 위험을 낮추는 건축재료를 쓰고, 설계단계부터 긴급 대피공간이나 소방시설을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다시간다 남영주입니다.

PD : 윤순용 권용석


남영주 기자 dragonball@donga.com